매일 아침 꼭 읽기!

윤슬의 일기

— 내일의 나에게 —

🔒 남이 보면 안 되는 거
2026. 1. 12 ?요일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디지.

달력을 봤다. 1월?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날이랑 너무 멀어.

엄마가 울면서 설명해줬다. 사고가 났다고,

새로 겪는 일들을 하루가 지나면 전부 잊는다고.

거짓말. 거짓말이지?

근데 어제가 정말 하나도, 하나도 기억 안 나.

무서워. 손이 떨려서 글씨가 자꾸 미끄러진다.

2026. 1. 13 화요일

또 백지로 깨어났다. 머리맡에 쪽지가 있었다.

“놀라지 마. 너는 매일 어제를 잊어.

이 노트가 너의 기억이야.” — 내 글씨다.

내가 나한테 편지를 쓰다니. 영화도 아니고.

오늘 식구들한테 같은 걸 세 번이나 물었대.

표정 보고 알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못 했다.

2026. 1. 15 목요일

이제 좀 알겠다. 아침마다 노트부터 읽는 게

내 하루의 시작이라는 거.

무섭고 외롭고… 근데 울기만 할 순 없잖아.

오늘부터 규칙. 자기 전에 꼭 오늘을 적어두기.

내일의 나를 위해서.

하루살이 같지만, 그래도 매일 새로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이렇게 적으면 덜 무서울 줄 알았는데. 별로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2026. 5. 25 목요일

오랜만에 노트를 거꾸로 넘겨봤다. 모르는 날들이 잔뜩.

요즘 일기엔 자꾸 같은 애가 나온다.

‘그 애’라고만 적혀 있다. 이름은 일부러 안 적었나 봐.

왜지? …들키면 안 되는 마음인가.

오늘 복도에서 필통을 떨어뜨렸는데, 누군가가 주워줬다.

아, 너였구나. 그 ‘그 애’.

증거는 없지만.. 그냥 너인거 같아.

2026. 5. 26 금요일

또 좋아져버렸다. ← 이거

어제도, 그제도 똑같이 적혀 있었어.

글씨만 다르고 마음은 똑같아.

나는 매일 그 애를 처음 좋아하는데,

그 앤 나를 어제도 알던 같은 사람으로 알겠지.

안 돼. 정 주면 안 돼.

(이렇게 적어둬도 내일이면 또 까먹고 또 좋아하겠지만.)

2026. 5. 27 토요일

비. 그 애가 우산 없는 애한테 우산 씌워주는 걸 봤다.

나도 같이 내가 아니었는데. 그런데 왜 내가 서운하지.

바보 같아.

말 한번 걸어볼까 입까지 갔다가 삼켰다.

친해지면 나만 힘들어. 어차피 내일이면 다 잊을 거면서.

근데 잊어도 또 좋아할 거잖아. 알아. 벌써 며칠째 이러는걸.

3일
2026. 5. 28 일요일

밤새 생각했다.

어차피 매일 잊을 거라면. 어차피 끝이 정해져 있다면.

딱 3일만 하자.

3일만 진짜 연인처럼 지내고, 그다음엔 전부 태우고 잊자.

그 애가 안 아프게 거짓말도 준비해뒀어.

‘좋아하는 애가 따로 있는데, 남자친구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내일의 나야. 부탁이 있어.

딱 3일만, 용기 내줘. 도망치지 말고.